이청준의 《벌레 이야기》, 그 깊은 슬픔에 대하여

 

영화 <밀양> 다시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인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를 읽었거든. 와… 이거 진짜, 마음에 확 와닿는 게 있더라.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라서 한동안 멍했어. 오늘은 그 얘기 좀 풀어볼게.

 

 

“벌레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냐면…

 

 

주인공은 평범한 엄마야. 아들 '알암'이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 성격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요즘엔 주산 학원 다니는 재미에 빠져 있었대.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유괴를 당해. 엄마는 밤낮으로 기도하고 애타게 찾았지. 이웃 김 집사의 권유로 교회도 다니기 시작하고, 하나님께 아들을 돌려달라고 간절히 빌어.

 

 

하지만 80일쯤 지나서야 알암이는 재개발 지하 건물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돼. 범인은 다름 아닌 주산 학원 원장… 믿고 보냈던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사진 불교저널

 

 

엄마는 충격에 빠지고, 하나님도 믿을 수 없게 돼. 아들의 죽음 이후 매일 분노와 절망에 휩싸여 살아가다가, 김 집사의 위로로 다시 교회에 나가고, 이번엔 아이의 영혼을 위해서 신앙을 가져보려고 노력해. 그리고 결국, 아들을 죽인 그 사람을 용서하러 교도소까지 찾아가.

 

 

근데… 여기서 진짜 충격. 그 살인범이 이미 교도소에서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대. 그것도 아주 평온한 얼굴로 말이야. 엄마는 멍해져.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먼저 용서했냐'는 생각에 더 큰 절망이 찾아오지.

 

 

그 후, 살인범이 사형 직전 라디오로 남긴 말. “나는 평온하게 떠나며, 유족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이 말을 듣고 엄마는 결국 약을 먹고 세상을 떠나버려… 

 

 

이야기의 흐름 정리해보면...

 

• 발단 : 알암이 유괴되고 살해당함
• 전개 : 아들의 죽음으로 고통받는 엄마
• 위기 : 범인을 용서하려는 마음의 갈등
• 절정 : 범인은 이미 신에게 용서받았다는 사실
• 결말 : 엄마의 절망과 자살

 

사진 장흥신문

 

주요 인물은?

 

• 알암 : 유괴되어 죽임을 당한 아이
  
  
• 엄마 : 이 소설의 중심. 고통 속에서도 용서를 고민하지만 결국 절망함
  
  
• 아빠 : 이 이야기의 관찰자. 아내를 바라보며 이 모든 걸 서술해 줘
  
  
• 주산 학원 원장 : 범인. 신앙을 얻었지만, 그로 인해 엄마는 더욱 절망함
  
  
• 김 집사 : 이웃이자 신앙의 길로 엄마를 인도하려 한 인물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들

이 작품은 진짜 묵직한 질문을 던져.

• “진짜 용서는 누구의 몫인가?”
  
  
• “하나님이 먼저 용서하면, 피해자의 감정은 어디로 가는 걸까?”
  
  
• “신앙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가, 아니면 더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는가?”

 

엄마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해.
“내가 그를 용서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이 먼저 용서해? 그럴 권리조차 하나님께 없다고요.”

 

 

사진 트레바리

 

이 말이 마음을 후벼 파. 내가 겪은 고통, 내가 받아야 할 해명, 내가 해야 할 용서조차 빼앗겼다고 느낀 거지.

 

 

영화 <밀양>의 원작, 그리고 실제 사건

 

 

참고로 이 소설은 1980년대 서울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유괴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야.
그리고 이청준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이창동 감독이 <밀양>이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까지 받았지.

 

 

📚 한 줄 평

 

“신의 용서가 먼저일 수 없다. 인간의 절망이 남아 있는 한.”

 

 

 

 

사진 전북일보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이야기지만,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작품이야. 인간의 감정, 용서, 신앙, 그리고 고통의 본질까지 돌아보게 해 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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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이야기

 

조용히 웃던 아이
하얀 손에 주산알을 쥐고
숫자를 세던 그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졌어

 

엄마는 기도했지
하늘을 향해
“하나님, 제 아이를 돌려주세요.”
이웃은 말했어
“믿음은 기적을 부른다고.”

 

하지만
아이는 싸늘한 흙 속에서
다시는 웃지 못할 얼굴로
돌아왔어

 

그를 데려간 이는
믿고 맡겼던
선생이었고

 

엄마는 울부짖었어
“왜 내 아이여야 했냐고.”
하나님께 등을 돌리고
눈물 속에서 분노를 키웠어

 

그러다 다시 손을 모았어
이번엔 아이의 영혼을 위해
신의 품 안에라도
안기길 바랐지

 

그리고 마음을 다잡아
범인을 용서하겠다고
차가운 철창 너머
그를 마주했어

 

근데 그가 말했어
“나는 이미 용서받았습니다.”
고요한 얼굴로
태연히

 

엄마는 무너졌지
“내가 아직도 미워하고 있는데
누가 감히 먼저 용서한단 말인가…”
그 순간,
신에게도 등을 돌렸어

 

마지막 날,
라디오 너머 들려온 그 목소리
“평안히 갑니다. 유족들께 죄송합니다.”

 

엄마는 조용히
세상을 떠났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슬픔을 품고

 

그리고 우리는 생각했지
진짜 용서는
누구의 것일까
그녀는 정말
벌레보다 못했던 걸까

 

아니,
그녀는 너무도 인간이었기에
그토록 아팠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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